· 미국의 신냉전 전략과 국제 정세

· 미국, 동맹국에 대한 세련된 정치 필요

· 북한의 움직임

· 위기 속 기회 맞은 한국

2022.09.06 19:23 업데이트 : 09.07 11:36 

미·중 분쟁이 신냉전 체제로 본격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김성한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지난 1일 호놀룰루에서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 참석의 연장선으로, 한국 외교가 이들 국가들과의 안보·경제적 유대를 중시하는 외교로의 본격 전환을 예고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지난 6월 정상 회의 이후, 기구의 정체성과 임무를 담은 핵심 문서인 전략 개념에 처음으로 중국을 ‘적’으로 명시하고, 러시아에 대해서는 전략적 파트너에서 ‘직접 위협’으로 변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질서가 안보뿐 아니라 경제 부분을 중심으로 신냉전 체제로의 급격한 재편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은 기존 아시아 및 유럽 지역 동맹국들과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나토 회원국 중심의 유럽 동맹국 및 아시아 동맹국들 간의 연합체인 ‘글로벌 민주주의 연대’를 모색하며, 슈퍼 파워의 지위를 유지·존속 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의 신냉전 전략과 국제 정세

미 국무부가 지난 7월 22일 공개한 통합국가전략 ‘일본’이라는 보고서에 한·미·일, 미·일 동맹관계 강화 전략이 포함돼 주목된다. 이 보고서는 주일 미국 대사관이 2026년까지 향후 5년 동안 동북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새 전략에 대해 작성한 내용으로 미국의 신냉전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이 국제질서를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시도에 공동 대응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와 미·일 동맹의 현대화가 담겨있다. 김성한 안보실장이 참여한 호놀룰루 3자 회담의 결과물이 이 보고서에 담긴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보고서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시대라는 명시와 함께 신냉전 구도의 전선을 안보와 경제 부분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통합 국가전략 일본 보고서

안보

①첫 번째 목표로 인도·태평양 전략과 역내 안보를 뒷받침하는 미·일 동맹의 현대화로 미국 방위와 안보, 외교적 협력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확대한다.

②미·일 동맹이 미국의 다른 동맹들,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나토), 한국 등과 보다 긴밀히 연계해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③인도 태평양 전략의 외교적 틀, 즉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 협력체 퀴드(QUAD)와 한·미·일 삼각 공조 기제를 강화하고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아세안)의 핵심 관심 사안 중 하나인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ilty)을 확인한다.

④미·일이 함께 억제력을 강화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강압적인 행동과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시도에 대응’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을 이룬다.

경제

①미국의 번영과 경제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미·일 양국에서 더욱 강력하고 폭넓은 성장을 도모한다.

② 기후 변화에 공동 대응하고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한다.

③ ‘신기술을 개발’하고, 5세대 무선 네트워크 기술인 5G, 양자 정보과학, 생명공학, 인공지능 분야에서 국제 기준을 정립하는데 미·일이 긴밀하게 협력한다.

④ 안보와 경제, 국제협력을 뒷받침하는 미국의 장기적 정책 목표에 일본의 정책을 일치 시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지난 6월 나토 정상회담은 세계 질서의 급물살에 대한 예고편 성격이 강했다. 미국은 정치·군사·무역 등 전방위에 걸쳐 중국과 분쟁(分爭) 관계에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하는 중국에 대해 서방이 견제에 가담하는 국제 정세의 변화가 진행중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노리는 중국을 저지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의 연합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공동의 이해가 있는 부분을 특정해 함께 일할 파트너도 병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G7은 지난 2일 이와 관련된 조치의 일환으로 12월 5일부터 시행될 러시아 석유 및 석유 제품 구매에 상한선을 두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석유가 세계 시장에 공급되도록 허용은 하되, 러시아가 석유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최대한 줄여 전쟁 비용을 감소시키자는 취지지만, 이 사태는 환율 전쟁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본 매체가 분석한 대로 석유 가격의 중장기적 안정화도 이 조치를 가속화하는데 일조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련기사 

바이든 대통령은 8월 미국 내에서 생산을 영위하는 기업에만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2차 전지와 반도체 그리고 AI 와 신재생 에너지 산업 주도권을 중국으로부터 모두 가져오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이에 대한 선제 조치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와 AMD의 첨단 반도체 칩 수출을 중단할 것을 행정 명령으로 못 박았다. 이어 중국의 중추 산업으로 떠오르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서도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구축 정책을 내놓았다. 단기적으로 몇몇 한국 기업에는 악재지만,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전반에 기회 요소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에 맞서 서방 국가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에 이란, 아르헨티나 등 신진 세력을 편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란과 아르헨티나는 브릭스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고, 인도네시아,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은 브릭스 참여 의사를 보여 전선(戰線)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 동맹국에 대한 세련된 정치 필요

대통령실은 한미일 안보 실장 회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3국 안보실장들은 북핵 문제, 첨단 기술 및 공급망 협력, 주요 지역 및 국제적 문제에 관해 폭넓은 협의를 했다”라며 “한미일은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3국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서명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핵심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 EU 등의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부분은 글로벌 민주주의 연대의 생명력에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G7이 2일 에너지 가격 정상화를 위해 러시아의 석유 수출 가격에 상한선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부분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 가격에 상한제를 두기로 한 것은 결국 기존에 가했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실패한 결과물로 이는 기존 동맹국들의 이탈이 큰 몫을 차지했다.

물론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 대한 기업들의 철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오판의 책임이 해당 기업들에게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미국이 민주주의 전선에 참가하는 동맹국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해당 국가의 국내 여론도 챙기는 세련된 정치적 리더십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움직임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타이완 문제로 팽팽히 맞서는 과정에서 “미국의 외교적 행위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성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며 “중국 공산당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20차 당 대회의 성과적 개최를 방해하려는 정치적 도발 행위”라고 명확하게 중국 편을 들고 있다.

북한은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뿐 아니라 중동의 대표적 적성 국가로 꼽히는 시리아·이란과의 관계도 더욱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리아 관영 사나 통신은 지난 8월 11일 시리아 산업부에서 개최된 시리아- 북한 공동 산업 협력 기술 위원회 사실을 보도하며, 북한이 시리아 공장의 기계와 장비 복구 사업에 적극 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외에도 북한 노동자들을 우크라이나 친러 재건 지역에 투입하고, 이란과 핵·탄도미사일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미국 정보 당국이 최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국방부는 7일 “러시아가 북한에 탄약을 요청하려고 접촉했다는 징후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로켓 수백만 발을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세력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냉전 체제 위기 속 기회 맞은 한국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에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와 관련한 3자 논의를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한·미·일은 구체적인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확장 억제 전력에 대한 결과물이 나와야 하겠지만, 한국 정부가 안보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에 몸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적으로는 윤석열 정부에 큰 기회가 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방산 부분이다. 미 상원 군사 위원회 제임스 인호퍼(James Mountain Inhofe) 상원 의원이 VOA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민주주의 무기고(Arsenal of Democracy) 재건 계획’은 한국 방산 산업에 큰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폴란드가 지난 7월 27일 현대로템, 한화 디펜스, 한국항공우주(KAI) 등 방산업체와 한국산 K-W 전차 등 약 76억 달러 규모의 무기 도입 계약도 이 재건 계획의 연장선이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에 원자력에 대한 수요가 불이 붙기 시작한 것은 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원전 수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기회는 한국이 중국과 벌이는 경쟁 업종인 첨단 산업 분야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반도체 칩과 전기차에 대한 자국 내 생산을 독려하며,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힌다는 것으로 한국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장기적으로 큰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세밀한 경제 대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관련 기사